금자네생등심, 양동 재개발 골목에 남았던 한우 노포 (영업종료)

양동재개발로 인해 영업종료 되었다고 합니다 ㅠㅠ
참고하세요
서울역 근처에는 재미있는 구역이 하나 있습니다. 양동이라고 하는 곳인데, 위치상으로는 서울역, 연세빌딩에서 하나 더 길을 넘어오면, 노포들이 밀집해있는 곳인데요, 지금은 재개발에 들어가다보니까 가게들이 대부분 문을 닫긴했지만, 원래 여기는 소고기 구이를 먹을 수 있는 노포거리였습니다.
시청이나 광화문까지 가기에는 거리가 멀고 또 값이 비싸구요, 소고기 구이를 조금 합리적인 가격에 참숯으로 잘 먹고 싶다면, 추천할만한 장소가 한군데 있습니다. 그래서 친구가 회식 때마다 온다는 곳으로 저를 데려간 게 여기였어요.
금자네생등심
서울 중구 통일로 22-4 (남대문로5가 63-7)
서울역 도보 8~10분 / 회현역 5번 출구 도보 5분 / 남대문시장 골목 라인
가게 사정에 따라 조금 변경될수도 있습니다.


노포 그 자체입니다. 보자마자 바로 기대감이 잔뜩 드는 그런 곳이죠. 서울역 뒤편에서 회현 방향으로 넘어오는 이 골목은 요즘 이 라인이 재개발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검색해보니 근처가 양동 재개발 구역이라 조합설립추진위 얘기가 이미 진행 중이더라구요. 실제로 걸어와 보면 근처 골목 상가들이 하나 둘 공실이에요. 낡은 상가 간판이랑 오래된 미용실 간판이 바로 근처 빌딩숲과 대비되는 모습이 이질적이고 신기합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이 라인에 소고기 굽는 집들이 몇 곳 더 있었다는데, 지금은 다 문 닫고 금자네만 영업 중이라고 친구가 얘기해주더라구요. 서울에서 이런 자리 자체가 흔치 않은데, 그 안에 노포의 감성으로 여전히 참숯 화로를 태우는 집이 남아있는 게 신기했습니다.
간판이 재밌어요. 흰색 바탕에 ’금자네 생등심’이라고 세로 필기체로 크게 적혀 있고, 그 아래 주황 슬로건 판이 하나 더 있어요. 토종한우등심 / 강원도 참숯 / 전통주물화로. 팔 것 다 적어놓는 방식이 오히려 정직해 보였습니다. 요즘 미니멀 간판 다는 집들 사이에서 이 톤이 오히려 노포 인상을 잡아주더라구요.

안으로 들어가면 홀이 생각보다 넓어요. 원형 원목 테이블이 여덟에서 열 개 정도 배치되어 있고,
은색 배기관 후드가 테이블마다 하나씩 천장에서 내려와요. 영락없는 노포 인상인데 시설은 깨끗했습니다. 바닥도 반질하고, 테이블도 원목이 얼룩 없이 잘 관리되어 있고, 벽면 라이트도 노란빛으로 은은합니다. 오래된 집이지만 잘 관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전에 갔던, 지금은 문을 닫은 옆 소고기구이 집보다 훨씬 낫습니다.
특이한 건 안쪽에 유리 파티션으로 구분된 자리가 따로 있다는 점이에요. 저희가 갔을 때도 옆방에서 회사원 대여섯 명이 저녁 회식 중이었는데, 소리가 아예 안 넘어오는 건 아니지만 파티션 덕분에 우리 자리는 쾌적했어요. 친구가 회식 때 이 집을 자주 오는 이유가 이거였어요. 단체는 안쪽 방에서 편하게 떠들 수 있고, 둘이서 온 우리는 홀에서 조용히 얘기할 수 있고, 이 구조가 회식·저녁 자리 다 커버가 되는 방식이죠.


자리에 앉으면 우선 화로부터 세팅해줍니다. 은색 프레임에 구리 매쉬로 짜여진 그물 화로예요. 밑에 참숯이 붉게 살아있는 게 그대로 보이는 형태인데, 이런 화로는 처음 봤어요. 강원도 참숯이라는 슬로건이 괜히 들어간 게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맛집의 인증과도 같은 그물 화로와 참숯, 일본의 야끼니꾸와는 완전 다른 감성이죠.


여기서 인상 깊었던 게 환기 설비예요. 참숯 구이집인데 연기가 거의 없어요. 은색 후드가 개별로 내려와서 그대로 위로 빼내는 구조로, 실제로 굽는 동안 옷에 냄새가 배는 느낌이 덜했습니다. 소고기 먹을 때 옷에 냄새배는걸 걱정하는 분들 계실 텐데, 여기는 그 걱정이 덜한 곳입니다.
그리고 홀 벽면에 스탠딩 에어컨이 두 대나 붙어있어서, 덥거나 불편하지도 않습니다.

금요일 밤이라 술 한 잔이 자연스러웠어요. 테라 한 병 시켜 두고 친구랑 잔 부딪히면서 고기가 익기를 기다렸습니다. 진짜 꿀맛입니다.

메뉴판을 보면 저녁 메인은 딱 하나예요 고기입니다.
나름 서울 상업지 치고는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한우등심(국내산) 1인분 150g에 45,000원, 100g은 30,000원. 사이드로 김치찌개(국내산) 15,000원, 별미국수·된장찌개 각 4,000원이 있습니다.
점심 시간에는 소고기무국, 비빔밥, 참치회덮밥 메뉴가 있습니다. 각 10,000원이에요.
저희는 저녁에 갔으니 우선 등심을 셋 시켰습니다. 둘이서 3인분 정도 시켜먹었는데 양은 충분했습니다.

등심이 나오면 큐브 형태로 깔끔하게 손질되어 있어요. 옆에 붉은 양념 무생채 한 그릇, 초록 겉절이 한 그릇이 서비스로 같이 나오는데, 이 조합이 이 집의 시그너처 세팅이에요.
미쳤습니다.. 진짜맛있어요. 무생채만 밥비벼먹어도 메뉴 하나 뚝딱입니다.


숯불에 첫 조각을 올리면 지글거리는 소리가 크게 나요.
첫입은 아무것도 안 찍고 그냥 먹어봤어요. 담백한데 씹을수록 육향이 확 올라오더라구요. 두 번째 조각은 후추 시즈닝에 살짝 찍었어요. 후추가 소금보다 강한 톤이라 육향이 눌리지 않고 오히려 살아나는 감각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파절이 얹어서 한 입에 넣었는데, 이 조합이 딱이었어요. 매콤 달콤한 파절이가 등심 육향이랑 부딪히면서 입 안이 리셋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굽는 속도가 빠르니까 두세 조각씩 올렸다 바로 집어내는 게 좋아요.
마치 파인다이닝을 즐기는듯한 느낌이죠..


중간에 계란찜이 뚝배기에 부풀어 서비스로 나왔어요. 이거 하나만으로도 웃음이 났습니다.
요즘 이렇게 폭발형으로 계란찜 내는 집이 많이 줄었는데, 여기는 여전히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더라구요. 맛있었습니다.

식사 후반에 소고기무국을 하나 추가했어요. 친구는 점심에 이거 먹으러도 자주 온다고 합니다.
뽀얀 국물에 무 슬라이스랑 대파가 얹혀 있어요. 사실 이 집은 소고기무국 맛집으로도 소문난 곳이라, 등심 다 굽고 나서 이 국물로 마무리하는 느낌이 훌륭했습니다. 한 국자 떠서 마시니 한주가 정리되는 느낌.
왜 점심 손님들이 이 국 하나 먹으러 오는지 첫 숟갈에 이해가 됐어요. 육수가 진하지만 지치지 않아요.

시즈닝은 심플하지만, 강력합니다.
보통 와사비도 나오고, 말돈소금도 나오고 그러잖아요? 그널거 없습니다. 이 소금하나면 끝납니다.
중간 정리를 해볼까요, 금자네 생등심, 여기의 인상 포인트 정리하자면 세 가지에요.
첫째 참숯 화로에 굽는 합리적 가격의 생고기/ 둘째 노포지만 환기 설비 때문에 옷에 냄새가 덜하다는 점, 셋째 등심만 잘하는 게 아니라 모든 음식이 다 맛있다는것.

옆방에서 회식 중인 팀 소리가 조금씩 흘러들어와요. 사실 이걸 단점으로 볼 수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이게 이 집 정체성이라고 느꼈어요. 서울역·남대문 직장인의 금요일 밤 회식 톤이 그대로 살아있는 자리에요. 옛날에는 이 골목에 이런 회식 톤 집들이 몇 개 더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이 집 하나가 있다보니 뭔가 압축되는 느낌입니다.노포와 활기가 가득찬 있는 저녁 자리를 찾는 분들이 오는 곳이에요.

주차는 골목 자체가 좁아서 차량이면 조금 불편할 수 있어요. 서울스퀘어나 서울역 주차장은 걸어오기엔 좀 애매하고, 순화동 쪽 라마다호텔 서울남대문(순화동) 근처 주차장을 이용하는 게 그나마 편할 것 같습니다. 검색해보니 라마다 근처에 주차 공간이 있어서 여기 세우고 걸어오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아니면 서울스퀘어에 대고 오던가요. 그런데 사실 이 골목은 대중교통이 훨씬 편해요. 회현역 5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서울역에서 도보 8~10분. 저는 대중교통으로 갔고, 그게 훨씬 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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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점심에 한 번 더 오려고 해요. 소고기무국 한 그릇에 소고기비빔밥 조합으로 낮 시간대 모습을 확인해보고 싶어요. 저녁에는 이번에 안 시킨 김치찌개랑 등심 조합으로 조금 다른 느낌을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하고요.
개인 평점은 5점 만점에 5점입니다. 소고기 구이를 조금 합리적으로 참숯으로 먹고 싶을 때, 이 라인에서 이 자리가 제격이에요. 애정하는 곳이 하나 더 늘었네요.
다음에는 외국인 친구도 데려와볼 생각입니다. 참숯 그물 화로에 등심 얹고 소고기무국으로 마무리하는 흐름은 한식 노포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자리에요. 물론 그 떄까지 남아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