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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가산먹기

간소아부라도 가산 본점, 도쿄 맛 그대로인 아부라소바

간소 아부라도 마리오아울렛 본점

저는 일본, 특히 도쿄를 매우 자주 갑니다. 도쿄는 최소 8번 이상은 가본거 같습니다.

간혹 입국심사 할때마다 일본 입국심사스티커가 너무 많이 찍혀있어서 직원분이 갸우뚱할정도로요. 차라리 비즈니스트립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대부분이 여행입니다.

일본 여행을 가보면, 도쿄든 오사카든 일본의 대표 음식인 라멘에 대한 검색은 굉장히 높습니다. 거의 국밥집처럼 라멘집이 보이지만, 그 밖에 요리는 생각만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게 바로 아부라소바, 츠케멘, 마제소바입니다. 그래도 츠케멘이나 마제소바는 한국에서도 유명하고, 업장들도 꽤 있습니다. 하지만 아부라소바는 유독 한국에 소개가 잘 안됐어요.

서울에서 아부라소바 검색하면 한 손에 꼽을 정도이고, 그마저도 마제소바랑 헷갈려서 파는 집들이 대부분이에요. 국물 없이 면에 기름과 간장 소스, 자기 취향 시즈닝을 뿌려 비벼 먹는 스타일인데, 마제소바랑도 다르고 라멘이랑도 다른 카테고리에요. 아부라소바만 찾아 먹고 싶은 사람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죠. 저도 아부라소바를 몰랐다가, 도쿄 아자부다이힐즈에서 우연한 기회에 현지인들이 줄서는 식당을 발견해서 체험해 보고 팬이 되었습니다.

얼마전 올렸던 글에서 잠깐 언급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기는 제가 가장 애정하는 아부라소바 집 중 하나입니다. 그 가게가 바로 이 집이에요. 일본 갈 때마다 챙겨 먹는 브랜드로 소개했었는데, 이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오픈 때부터 계속 기다렸어요. 그것도 강남-홍대-이태원이 아니라 가산디지털단지 마리오아울렛에요. 이유는 좀 뒤에 이야기해볼게요.

간소 아부라도

서울 금천구 벚꽃로 266 마리오아울렛 3관 12층

가산디지털단지역 1호선 2번 - 7호선 6번 출구 도보 / 영업시간은 평일,주말 모두 영업하고, 7~8시에 닫습니다.

가게 사정에 따라 조금 변경될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 브랜드를 처음 알게 된 건 몇 년 전 가미야초에서였어요. 아자부다이힐즈 근처에서 뭘 좀 먹을 만한 곳 찾다가 사람들이 한 집 앞에만 줄을 쭉 서 있길래 저도 얼떨결에 붙어 들어갔던 게 간소 아부라도 가미야초 지점이었거든요. 히비야선 가미야초역에서 나와서 아자부다이힐즈 방향으로 걸어 들어가는 골목이 지금은 재개발이 다 정리된 톤이지만, 그때만 해도 저층 상가랑 새로 올라간 힐즈 신축이 대비되는 인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골목이었어요. 그 골목에 라멘집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게 이 가게였어요. 그때 한 번 먹고 마음에 들어서, 이후로 도쿄 갈 때마다 챙겨 먹는 브랜드가 됐어요.

일본에서 아부라소바(油そば)는 카테고리 자체가 라멘-츠케멘-마제소바랑 구분되는 카테고리로 잡혀 있어요. 원래는 도쿄 무사시노 지역 학생가에서 국물 없이 저렴하게 배 채우던 음식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도쿄에 아부라소바 전문 체인이 여럿 있는 정도로 자리 잡았어요. 그중에서 간소 아부라도(元祖 油堂)는 이름 그대로 “원조 아부라도”를 표방하는 브랜드로, 도쿄에 신주쿠,시부야,가미야초 등 지점이 여러 개에요. 이 카테고리의 대표 얼굴 중 하나라고 보시면 돼요.

간소 아부라도의 한국 지점이 마리오아울렛 3관 12층에 들어온 게 글로벌 첫 해외 지점이에요.

하필 왜 강남,홍대,이태원이 아니라 가산이었을까 저도 처음엔 궁금했는데, 12층에 F&B 라인을 개편하면서 상징적인 자리에 이 브랜드를 데려온 거라고 하더라구요. 저희는 오픈 초에 한 번 다녀왔고, 그 뒤로 1~2달에 한 번씩은 다시 가고 있어요. 아내랑도 자주 가고, 회사 사람이랑 회식 겸 갈 때도 있고, 진짜 아부라소바 땡길 때 혼자서도 다녀오구요.

간소 아부라도 마리오아울렛 본점 2

들어가면 우선 매장을 일본에서 그대로 옮겨왔다는 느낌이 강해요. 다찌석(카운터 좌석)이 매장의 중심이고, 뒤쪽 벽에는 「油そばの美味しい食べ方(아부라소바 맛있게 먹는 방법)」라고 크게 세로로 붙은 안내가 있어요. 이거 도쿄 지점에서도 보던 거에요. 그리고 우측 벽에는 굵은 붉은 로고와 아부라소바 그릇 벽화, 좌측 벽에는 검정 스피커가 여러 개 붙어 있고, 그 사이 골드 갓 펜던트 조명이 다찌석 위로 쭉 걸려 있어요. 12층 아울렛 매장이라기보다는 도쿄 골목의 작은 아부라소바집에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가 있습니다.

혼자 다찌석에 앉아서 후루룩 먹고 나가기도 좋고, 다찌석 옆으로 우드 테이블 자리도 몇 개 있어서 두세 명이 마주보고 앉을 수도 있어요. 저희 부부는 다찌석도 앉아봤고 테이블 자리도 앉아봤는데, 자리 종류에 따라 분위기가 살짝 달라져서 그것도 재밌더라구요.

간소 아부라도 마리오아울렛 본점 3

간소 아부라도 마리오아울렛 본점 4

자리마다 시즈닝 존이 세팅돼 있어요. 여기가 이 가게의 진짜 재미에요. 병에 원문 카타카나랑 한글이 같이 적혀 있는데 순서대로 케이준(ケイジャン) 카레분말(カレー粉), 고추가루(味唐辛子), 김가루(青のり), 검정후추(黒胡椒), 생선가루(魚粉) 여섯 종이에요. 여기에 별도로 식초(酢)랑 라유가 세팅돼 있고, 옆쪽에는 마늘도 있어요. 다시마 식초랑 다진 양파, 다진 마늘까지 나오는 자리도 있어서 조합해서 뿌려먹는 재미가 계속 늘어나요.

시즈닝 원문 이름이나 재료 표기에서 제가 잘못 옮긴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병 라벨을 보면서 최대한 정확히 적으려고 했지만, 매장 리뉴얼이나 시즌에 따라 구성이 바뀔 수 있으니 실제 방문 때 라벨을 한 번 더 확인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메뉴판에는 4단계로 먹는 방법이 안내돼 있어요. 처음에는 나오는 그대로 그냥 한 젓가락, 두번째는 식초랑 라유를 두르고 잘 섞기, 세번째는 원하는 시즈닝을 뿌려서 맛을 바꾸기, 마지막은 남은 소스에 밥을 비비거나 육수를 부어 스프와리로 마무리하기. 이 순서만 지키면 한 그릇에서 서너 가지 맛을 다 볼 수 있어요.

간소 아부라도 마리오아울렛 본점 5

한쪽 벽에는 셀프 드링크 코너가 있어요. 얼음기계랑 음료 디스펜서, 차 서버가 나란히 놓여 있어서 자기 자리 컵에 알아서 받아 마시면 돼요. 이것도 일본 매장 그대로에요. 도쿄 지점에서 자기가 알아서 물이랑 차를 계속 리필하며 먹던 그 흐름이 여기에도 살아있어요. 아부라소바가 기름진 음식이라 시원한 물이나 차를 자주 마시게 되는데, 계속 왔다갔다 하지 않고 자리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구성이 마음에 들어요.

간소 아부라도 마리오아울렛 본점 6

저희 실주문은 C타입(모든 토핑이 다 들어간 풀토핑), 면 사이즈는 중, 그리고 밥을 함께 시켰어요. 면 사이즈는 소,중,대로 나뉘어 있는데 저는 일부러 중을 골랐어요. 이유는 뒤에 나와요.

C타입 그릇을 받으면 우선 눈이 즐거워요. 굵은 노란 면 위에 다진 차슈, 죽순(멘마), 다진 파, 양파튀김, 파마산 치즈, 그리고 가운데 노른자가 다 올라가 있어요. 매장에서 직접 뽑는 굵은 면이라 씹는 맛이 확실해요. 그대로 한 젓가락 먹으면 국물이 없는데도 면 자체에 소스가 배어 있어서 깔끔하게 넘어가요. 이 첫 한 젓가락에서 이미 라멘이나 마제소바랑은 다른 카테고리라는 걸 단번에 아실 수 있습니다.

간소 아부라도 마리오아울렛 본점 7

두번째 단계로 넘어가면 여기서부터가 이 가게의 무기에요. 식초 두 바퀴, 라유 한 바퀴 두르고 잘 섞으면 담백함 위로 산미랑 매콤함이 살짝 얹혀요. 여기서 케이준을 조금, 그 다음엔 카레분말, 다음 그릇을 좀 비운 뒤 김가루랑 검정후추, 마지막 즈음엔 생선가루까지. 매번 저는 조금씩 다른 순서로 뿌려요. 옆자리 손님 그릇이랑 제 그릇 색깔이 아예 다른 것도 이 가게의 재밌는 광경이에요. 처음에는 담백한 노란 그릇이었다가, 중간에는 붉은 케이준 톤으로, 후반에는 김가루 초록이랑 생선가루 갈색이 섞여서 한 그릇 안에서 색이 세 번 정도 바뀌어요.

여기부터가 다른 블로그에는 별로 안 나오는 얘기인데요. 대부분 이 집을 아부라소바만 먹고 나가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일본에서 좀 자주 먹는 사람들은 밥을 꼭 함께 시켜요. 이유는 단순해요. 시즈닝 두르고 나면 그릇 바닥에 소스가 계속 남거든요. 이 소스를 그냥 남기고 끝내면 아깝기도 하고, 여기서 밥을 부어 비벼 먹으면 순간 마제소바보다 리치한 채슈밥처럼 변해 버려요. 그래서 저는 아부라소바 시킬 때 밥을 항상 함께 시키고, 면을 다 먹기 전에 그릇 바닥 소스를 좀 남겨두는 걸 룰로 삼고 있어요. 면 중 사이즈로 시킨 것도 이 마무리를 여유롭게 하기 위해서구요.

마지막 단계는 스프와리에요. 밥으로 마무리한 뒤에 별도로 나오는 사이드 스프를 그릇에 부어서 라멘 국물처럼 개운하게 정리하는 흐름이에요. 아부라소바가 무거운 편인데 이 마무리 한 번으로 후련해져요. 다 먹고 그릇을 놓으면 나오는 그 개운함이 다음에도 또 오고 싶은 이유 중 하나에요.

간소 아부라도의 톤을 오해 없이 말씀드리자면, 고급 브랜드가 아니에요. 일본에서 이 브랜드는 서민형 프랜차이즈에 가까워요. 도쿄 지점에서 옆에 앉아 있는 손님들 보면 정장 입은 직장인, 작업복 그대로 온 건설 현장 인부, 대학생 이런 구성이에요. 다들 후루룩 흡입하고 계산하고 나가요. 저는 도쿄 갈 때마다 이런 서민형 노포 체인을 일부러 챙겨 다니는 편인데, 그런 사람들이 이 집을 찾는 이유가 있어요. 그냥 맛있어서에요. 그게 이 브랜드가 오래 굴러가는 진짜 이유인 것 같아요.

한국 마리오아울렛 지점도 그 분위기가 살짝 살아 있어요. 이 층엔 아울렛 쇼핑 왔다가 밥 해결하려고 들어온 커플, 회사원 그룹, 그리고 저처럼 아부라소바 마니아라 일부러 다녀오는 사람이 섞여 있어요. 좋은 이야기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지만, 어쨌든 고급 코스 요리 코스프레 안 하고 담백한 것이 이 브랜드의 매력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저도 매장을 하나 내고싶을 정도입니다..

간소 아부라도 마리오아울렛 본점 8

간소 아부라도 마리오아울렛 본점 9

한국 지점이랑 일본 지점을 비교해보면, 매장 구성이나 시즈닝 세팅, 면 굵기까지 거의 그대로 옮겨왔어요. 다만 일본 도쿄 지점(특히 신주쿠,가미야초)이 좀 더 다찌 위주에 회전이 빠른 분위기라면, 한국 마리오아울렛 지점은 다찌+테이블 조합이라서 조금 더 여유롭게 앉아 있을 수 있어요. 아울렛이라는 공간 특성상 자리가 넓게 잡혀 있고, 어린이 동반 손님도 부담 없이 앉을 수 있구요. 이건 오히려 한국 지점의 장점 같아요.

가미야초 지점을 아시는 분들한테 위치 팁 하나 드리면, 도쿄 구글맵에서 “元祖油堂 神谷町”으로 검색하시면 정확한 위치가 나와요. 매번 네이버 블로그에서 해외 가게 위치 보기가 어렵더라구요. 아자부다이힐즈 구경하고 잠깐 걸어 나오면 바로 있어요.

간소 아부라도 마리오아울렛 본점 10

주차는 마리오아울렛 지하주차장에 대고 엘리베이터로 12층까지 올라가면 돼요. 저희는 자차로 갔는데 지하 주차장이 넓어서 편했어요. 대중교통도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도보로 가까우니 지하철로 오셔도 무리는 없어요.

주말 낮 시간대는 아울렛 쇼핑객이 몰려서 12층 F&B층도 다찌석부터 자리가 차기 시작해요. 저희는 12월 27일 토요일 오후 2시쯤 다녀왔는데, 자리는 있었지만 조금 지나니까 다찌석은 전부 채워지더라구요. 여유롭게 자리 잡고 싶으시면 조금 이른 점심이나 늦은 오후로 시간대를 잡는 게 편해요.

추천드리는 분:

  • 주말에 마리오아울렛 쇼핑하고 자연스럽게 식사까지 해결하고 싶은 커플,부부

  • 가산디지털단지 근처에서 일하시고 점심,저녁 옵션을 확장하고 싶은 직장인 (혼밥도 다찌석에서 편해요)

  • 일본 여행에서 아부라소바 먹어봤고 한국에서 그 맛을 그대로 다시 먹고 싶은 마니아

  • 라멘,마제소바 자주 드시는데 아부라소바는 처음이라 카테고리 하나 더 열어보고 싶은 분

개인 평점은 5점 만점에 4.5점입니다. 일본 지점에서 먹던 맛을 거의 그대로 옮겨왔다는 점만으로도 저는 만족해요. 다만 국물이 있는 라멘이나 담백한 우동을 선호하시는 분한테는 첫인상이 살짝 무겁게 느껴지실 수 있어요. 이건 취향의 영역이라 참고만 하시면 될 것 같아요.

다음 방문 때는 면 사이즈를 대로 올려서, 스프와리 대신 밥을 두 공기 시켜서 아예 채슈밥 결로 마무리하는 걸 시도해볼 예정이에요. 그리고 이 브랜드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음 일본 여행 때 가미야초 지점도 한 번 다녀오시면 재밌을 거에요. 이 글이 한국 사시는 아부라소바 마니아분들뿐 아니라, 일본에서 한국 여행 오시는 분들이나 한국 사는 외국인 친구분들한테도 자연스럽게 검색됐으면 좋겠어요.

아부라소바라멘웨이팅점심